마랑 영화를 자주는 아니지만 볼만한 영화가 있으면 보러 다니는 편이다

'애자'가 상영한다길래 처음에는 그저 감동적인 엄마와 딸 이야기인가 보다 생각하며 영화를 보게되었다.

감동적이면서도 참 가슴이 미어지는 부모님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였다.

보러가길 참 잘했다 생각이 드는 영화이고, 내 인생의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이다.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며 참 많이 울었다. 

마지막 '보내줘.." 장면에선 가슴이 미어져 영화를 차마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아 버렸다.

어머니의 죽음을 지켜보고 보내줘야 했던 그 딸의 마음을 얼마나 더 미어질까..

나도 살면서 한번씩 생각을 한다. 내 자신이 만약 암에 걸려 살날이 얼마 안남았다 했을때, 

나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항암치료하며 고통스러워 하는거 보다 하고 싶은거 하면서 

남은 여성을 살아가고 싶다 생각했다. 

그러나 그게 내 가족이 된다면..? 아마 나도 애자처럼 시간을 붙잡고 싶을 것이다.

 

 

 

모든 딸들이 엄마와 사이가 좋은것은 아니지만 나와 엄마 사이는 참 각별하다.

내가 일찍 철이 들어 그럴지는 몰라도 엄마는 아빠 흉 부터, 친구이야기, 가족이야기 등 어디에 풀어놓지 못하는 속마음을 

나에게 털어놓으시고 나도 그런 엄마의 이야기을 들으며 같이 화내고 아파하고 위로를 한다.

가족을 위해 평생 일을 하시고 모든 집안일을 도맡아 하시며 혼자 속을 많이 끓였을 어머니

엄마의 위치에선 누구에게 쉽게 기댈 수 없을것이다. 남편에게 기대기엔 서로 힘들고 자식에게 기대기엔 미안하고 

 나는 엄마에게 잠시 편히 기댈 수 있는 휴식처가 되고 싶다. 나도 힘들면 엄마를 찾듯이 엄마도 힘들면 나를 통해 위로가 되었으면 싶은 마음

 

영화 중에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로 인해 잠시 엄마를 병원에 두고 나가는 애자에게 엄마가 쓴 쪽지

 "퍼뜩와 에미 심심해" 

 

나는 다른사람들 보다는 엄마와 함께 한 시간이 길다고 말할 수 있다.

외가댁부터 친가댁, 이모네집 등 한달에 한번씩은 꼭 시골에 갔고 나는 그 길을 엄마와 함께 가곤 했다. 

엄마는 가기전에 꼭 나에게 말씀하신다. "이번 주말에 이모네 갈꺼다" 이야기를 하며 나를 빤히 쳐다본신다. 그럼 내가 "나도 가야해?" 라고하면 "아니 뭐~"라며 딴청을 부리신다.그럴 때 내가 "우리 엄마 혼자가면 심심하니 나도 가야지"라고 말을 하면 엄마는 함박 웃음을 지으시며 "딸 밖에 없다"고 말씀 하신다.

사실 나도 매번 엄마를 따라 가는것을 좋아하진 않았다. 친구들과 놀고 싶고 늦잠을 자고 싶기도 했으니까

그러나 그 마음보단 혼자 엄마를 보내는 것이 마음이 쓰였다. 나야 어딜 가더라고 스마트폰이 있고 노래를 들으며 가니 심심할 틈이 없지만

어머니는 스마트폰도 없으시고 길도 잘 모르시는데 오며 가며 두시간 거리를 홀로 다녀와야 하는것이 마음이 쓰였다.

매번 엄마의 보디가드를 자청하며 함께 다니기 시작했고 엄마는 그런 나를 보며 든든해 하시고 나도 홀로 엄마를 보내지 않아 안심이 되고!앞으로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엄마와 함께 다닐것이다.

또 영화 중에 애자가 엄마에게 '이렇게 죽으면 억울하지 않냐'는 말을 한다.

 

우리 부모님은 평생 일을 해오시며 삶을 살면서 행복했던 추억이 많이 없으셨다. 

나보단 자식이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회사-집을 반복하여 끊임없이 일을 하며 살아오셨고 나도 회사에게 잦은 야근을 하면서 집에 오면 잠을 자느라 바빠 부모님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 몇년 전 부터 내게 여유가 생겼을때 엄마와 함께 영화를 보고 맛있는것을 먹으러 다니기 시작했다.

그때 마다 엄마가 참 즐거워 하시며 세상에 이런것도 있구나 하셨다. 

엄마는 주변에 딸 자랑을 참 많이 하셨다. '딸이 영화 보여줬다. 딸이랑 이런것도 먹었다 '하시면서 나를 효녀급으로 만들어 주신다.

사실 한거라곤 별거 없는데 말이다. 작은 일에도 기뻐하고 행복해 하시는 부모님들 보면 마음이 짠하다.

부모님께 좀 더 넓은 세상을 보여드리고 싶다. 앞으로 부모님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려나가야겠다.

추억은 혼자 쌓는것이 아니라 함께 쌓아가는 것이니까